- 한의사는 부채도사 내지 삼신할머니(?)

 

<선생님, 한약으로 체질을 바꿀 수는 없나요? 제 남편이 소양인이라 그런지 허구한날 바람 필 궁리만 해서 도저히 못살겠어요.>

<선상님, 우리 며늘아기는 아기를 못 낳는 체질이라는디 한약을 몇 재나 먹으면 떡 두꺼비 같은 아들 하나 낳을랑가요?>

가끔 이렇게 체질 운운하며 체질을 바꿔달라고 찾아오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이처럼 원하는 대로 체질을 바꿔 줄 정도라면 한의사는 가히 의사 옷을 입은 부채도사나 삼신할머니쯤 될 성싶습니다.

한동안 <체질> 하면 곧 먹거리를 말하는 것처럼 알려진 적이 있습니다. <나는 소음인이니까 돼지고기는 안 좋고 닭고기는 좋고> 하며 깨알 같은 글씨로 적은 체질식단표를 코팅까지 해서 갖고 다니는 사람도 여럿 보았습니다. 체질을 식성과 혼동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듯합니다. <젊었을 때는 그렇게 돼지고기를 먹고도 이상이 없었는데 요새는 그것만 먹으면 설사를 해대니 내 체질이 바뀌었나봐!>

과연 식성이 바뀌듯 체질도 바뀌는 것일까요?

 

- 기질, 성질 그리고 체질

 

사람이 타고나는 체질은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 것일까요, 아니면 살아가면서 바뀌기도 하는 것일까요? 체질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흔히 듣는 질문입니다. <체질 개선>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는 체질이라는 말을 기질, 성질, 인격 등의 표현과 혼동하기 때문일 겁니다.

기질(temperament)<타고난 특성의 결합>을 가리키는 말로 체질과 가장 유사한 말입니다.

성격(personality)<외적으로 나타난 얼굴>을 의미합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타고난 기질만을 고집하며 살 수는 없습니다. 모임의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내성적인 소음인 기질이 외향적인 소양인 성격처럼 나타날 수도 있고, 적극적인 기질이 나이가 들면서 소극적인 성격처럼 바뀔 수도 있지요.

마지막으로 인격(character)<기질이 닦이고 훈련된 것>을 말합니다.

개개인이 타고난 <기질>은 사회를 살아가면서 <성격>이라는 다양한 얼굴을 가지게 되며, 훈련, 교육, 신앙 등 다양한 후천적 요인에 의해 갈고 닦아져서 <인격>의 열매를 맺게 됩니다. 기질이 부모로부터 선천적으로타고나는 씨앗과 같다면 인격과 성격은 후천적으로맺히는 열매요 무성한 잎사귀에 비유될 수 있지요. 요컨대 성격은 변해도 체질, 곧 기질은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습니다.

 

- 체질을 통해 인간을 이해한다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체질이 절대 바뀌지 않는다면 자칫 체질 운명론에 빠질 위험도 있습니다. <체질대로 삽시다>라는 책도 있듯이 <난 본래 체질이 이런데 별 수 있나>하며 모든 것을 체질 탓으로 돌릴 수도 있지요. 물론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칼이 도둑놈의 손에서는 사람을 잡고 어머니의 손에서는 음식을 만드는 것처럼, 체질론 역시 무엇이든 체질 탓으로 돌리는 궁색한 변명에 쓰일 수도 있지만 자기 발전을 위한 건설적인 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체질 운명론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체질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타고난 체질이야 바꿀 수 없지만 각 체질이 지닌 바탕과 갖가지 외양을 잘 이해함으로써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질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계발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사회 생활을 하면서 타고난 기질의 장점과 단점을 정확히 알고 대처한다면 건강한 삶, 건전한 인격을 이루는데 작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손자병법의 명구가 생각납니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패(百戰不敗)>